음향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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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비디오 게임 개발사와의 미팅에서 고객사의 신규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들었습니다.
고객사는 제1차 세계 대전을 배경으로 역사적 사실에 충실한 타이틀 개발을 원했습니다. 그것은 SIDE의 도전이었습니다. 전장에서 실제로 전투를 하는 듯한 소리가 나도록 만드는 것. 실제 군인이 전투하는 것 같은 목소리를 만드는 것. 캐릭터가 당시의 말투를 구사하며 대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실제 전투소리 재현하기
먼저 조사를 통해 제1차 세계 대전에 참전했던 군인들 대부분은 특별한 상황에 놓인 평범한 일반인이었다는 조사 결과를 얻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병사들이 전투 상황에 너무 익숙하고 노련하게 대응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녹음을 진행하며 포탄이 날아오는 것 같은 상황에 당황하거나 무모함을 보여주기도 하는 등, 다양한 감정을 이입해내려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여러 단계의 숙련도를 가정해 병사들이 너무 노련하거나 효율적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제1차 세계 대전에 참전한 대부분의 군인은 사랑하는 가족의 품을 떠나 외지에서 난생 처음으로 싸워보는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필연적으로 생겨나는 전우애를 묘사하고자 했습니다. 이를 위해 크고 넓은 스튜디오와 많은 성우를 준비했습니다. 성우들에게는 상대방을 향해 자연스레 대사를 외치도록 부탁했습니다. 이러한 기법으로 전쟁 당시의 끔찍하고 절망적인 상황에서 드러나는 에너지와 전우애를 재현할 수 있었습니다.
근대 병기가 도입된 전장에서 병사들은 새로운 위협을 마주하게 됩니다. 그런 상황의 긴장감과 고통의 목소리를 이끌어내고자 성우들에게 신체적 압박을 가했습니다. 무거운 돌을 넣은 배낭을 메기도 하고, 샌드백을 막대에 달아 짊어지게 하거나 서로 밧줄을 당기게도 했습니다. 실감나는 연출을 위해 몸을 힘들게 움직이도록 만들었습니다. 단순히 총을 들고 있는 게 아니라 피가 나는 상처를 지혈하고 있다거나, 부상당한 동료를 끌고 가거나, 진흙투성이 참호를 힘겹게 걷고 있다는 것을 상상하게 했습니다.
대사도 현실적이고 즉흥적으로 들려야 했습니다. 그래서 성우들은 상황이 주어졌을 때 감정을 잡은 다음에 대사를 말했습니다. 감정을 이입한 다음에 떠오르는 대사를 바로 말하도록 말입니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대사의 즉흥성과 사실감을 높였습니다.
대사 또한 철저히 고증했습니다. 편지나 사전을 통해 그 당시의 언어를 찾아냈습니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플레이어의 몰입을 위해선 그 당시의 언어를 현재의 친숙한 언어와 함께 담아내야 한다는 사실도 발견했습니다.
SIDE는 London에서 영국군의 대사를 녹음하면서 이 기법을 테스트했습니다. 제법 제1차 세계 대전 전투에 가깝게 재현됐다고 판단한 후, 이 기법을 다른 제1차 세계 대전 참전국에도 적용했습니다. 덕분에 London, Paris, Istanbul, Moscow 등에서 실제 전투와 같은 소리를 재현할 수 있었습니다.